연애 고자 시절
평일에는 일에 주말에는 일본 드라마에만
푹 빠져 살았었다.
인상 깊었던 일본 드라마를 몇 편 꼽아보라면
그중 꼭 들어가는 작품이 <결혼 못하는 남자>였다.

- 쿠와노 신스케, 그는 누구인가
극 중 쿠와노 신스케는
향년 40세가 되는 건축가다.
고급 멘션에 살며 철저한 독신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여자 친구도 없는데
하는 행동으로 봐선 모쏠인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헬스클럽에서 폭풍 유산소 운동을 하며
아침식사도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다.

퇴근 후엔 근처 편의점에서
매일 아침 2팩씩 마시는 건강 주스 4개와
이것저것 장을 보고 가끔씩은
근처 DVD 대여점서 DVD를 빌려서 집으로 향한다.

저녁식사는 레스토랑 셰프 수준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다.
그는 휴식시간이라든지 집에서의 업무
혹은 대청소 시간에는 클래식을
엄청 크게 틀어놓고 일에 집중한다.(진짜 민폐)
어느 날과 다름없이
쿠와노가 음악을 엄청 크게 틀어놓은 상황에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온
옆집 미치루는 항의하러 갔다가
열린 현관문 사이로 배가 아파 쓰러져있는 쿠와노를 발견하곤 구급차로 병원까지 후송해준다


마침 응급실 당번이었던 하야카와를 만나게 되고 신체를 보이기 꺼려해서 치료를 거부하는 쿠와노와 티격태격하며 둘의 기묘한 인연은 시작된다.


하야카와 나츠미는 미인인 데다
원만한 성격의 30대 후반 싱글 여성이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결혼 시기가 밀렸고
쿠와노와는 반대로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여기가 답답해서요





쿠와노는 하야카와를 만나기 위한 구실로
속이 답답하다는 둥
두통이 있다는 둥의 증상을 이야기한다.
아니 그건 그의 꾀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이거나
누군가를 짝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막연한 기분이 드는데
쿠와노는 자신의 감정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 카네다 , (홈페이지) 갱신했다!



결혼 못하는 남자는 주인공
쿠와노 신스케가 엄청나게 임팩트 넘치는
캐릭터이지만 쿠와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쿠와노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고 할 정도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쿠와노의 유별난 성격을 커버하느냐고
이리저리 바쁜 건축 사무소 식구들이나
쿠와노가 질투심을 가득 느끼는
잘나가는 건축가 카네다가 바로 그것이다.
쿠와노는 늘 그의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예의주시하며 갱신한 내용을 비아냥거리지만
사실 모두 부러움 섞인 질투다.
혼자 자주 찾는 바에서 매일 파트너만 바뀌고 고급스포츠카를 몰며 거리를 활주하는
카네다의 모습은 쿠와노가 한번쯤 되보고 싶은 모습인 것이다.

슬프게도 쿠와노는 카네다를 알지만
카네다는 쿠와노를 모른다.
- 귀여움이 쿠와노를 구원한다, 켄 (KEN)

쿠와노의 내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
옆집 아가씨 미치루의 반려견
켄(KEN)과 교감하는 모습이 드러나면서였다.
처음엔 한낮 미물 대하듯 하며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더니
나중엔 켄과 누가 반려인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서로 눈빛 교환까지 하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특히나 이 모습에서
쿠와노에게 동질감을 많이도 느꼈다.
나 역시 개에 대한 공포감이나 거부감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집에 반려견을
들이게 되고서부터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이젠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애처로워
동물에 대해 다루는 다큐프로는
잘 보지 못한다.


켄과 쿠와노의 교감을 다룬 8회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렸으니 말이다.
극 중 쿠와노의 주변 인물들은
쿠와노와 켄의 눈이 닮았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다.
결혼 못하는 남자는 총 12편으로 구성되어
인간 쿠와노 신스케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열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다루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이 변하진 않는다.
매 회마다 참신한 에피소드를 다루면서도
소재가 무겁지 않고 내용이 발랄하고 재밌어서 보는 내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또한 쿠와노와 주변인들의
식사장면에서 나오는 음식들도
굉장히 먹음직스럽게표현되어서
볼거리가 많다.
주인공인 "쿠와노 신스케"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막상 나는 그의 이상하리만치 괴팍하면서도
어찌 보면 회피형스러운 성향이
왠지 이해가 되었다.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못하였으나
그가 냉소적으로 대하던 상대나 사물에게
결국은 마음을 열며 타인의 어려움이나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그의 그런 성향은 후천적으로
단련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는
그런 냉소적인 성향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려다 보니
그 역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을 것이고
불필요하고 복잡한 관계들은
냉정한 표정의 가면을 쓴 채
모두 가지치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가 생존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어렸을 적엔
주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은 결국 통할 텐데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단순했고 그들이 매우 사려깊었다.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맞았다.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대한다 해도
비꼬아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웃는 얼굴로 내 경사를 축하하면서도
뒤로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쿠와노는 그런것들을
이미 오래전에 통달해버렸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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