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로포커스 (결말 + 스포+긴글주의)
본문 바로가기

좋은 것

[영화] 제로포커스 (결말 + 스포+긴글주의)

 

 

 


일본의 전설적인 추리 소설가 마츠모토세이초의
작품 중 하나인 <제로포커스>를 안방에서
영화로 보는 날도 오다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
2009년작이니 헤아려보면
마츠모토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여러 작품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1909년 탄생하여 1992년 사망할 때까지
전쟁 시기와 전쟁 후의 고도성장 시기를
모두 체험했을 것이고 그것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평소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타임 슬립 한 기분이 들곤 했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 남편의 실종

 

 

데이코와 겐이치의 맞선 자리 (양가 가족들 총출동)

 

영화는 전쟁이 끝나 한창 도시재정립과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쇼와 32년(1957년) 시점부터
시작하는데 주인공인 데이코(료코히로수에)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이 시기의 남녀의 만남이 그러하듯
주인공 데이코는 맞선으로 남편 겐이치
(니시지마히데토시)를 만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남편역의 니시지마히데토시님의 출연 분량이 적어서 슬펐습니다..심하게 멋지심..

 


첫 만남부터 겐이치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데이코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초반의 아가씨지만,
겐이치는 전쟁을 겪고 대학 졸업 후
광고 회사의 일을 하기까지의
여러 삶의 경험이 있을 텐데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없었다.

 

두사람의 결혼식, 데이코 참 곱다...

 

나이 차이도 10살가량 벌어져
데이코의 친정에서 염려가 많았지만
오히려 데이코는 침착하고 과묵한
겐이치의 성향이 신뢰가 가고
매력으로 느껴지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다.

 

뒤에 졸졸 쫓아오는 가나자와 땜빵 직원 혼다상

 

겐이치는 결혼 일주일 만에
전근지 가나자와로 가게 된다.
(본래 가나자와에 근무하면서
도쿄에 월 1회 오는 사람이었으나 
결혼으로 도쿄에 살게 되었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가게 된 것)

 

헤어지기 싫어 어쩔줄 몰라하는 신부에게 신랑이 건낸 것은 메이지 캬라멜 하나..응?? 뭐징???

 

이것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ㅜㅜ)

 

남편이 돌아오기로 한 일요일 (달력에 동그라미 두개, 신혼 맞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온리유를 흥얼거리며 저녁메뉴는 야심차게 스키야키를 준비했으나..
돌아온 것은 남편의 짐 뿐이었다..
하루가 지나 가나자와에 연락을 해보았으나..남편의 행적은 오리무중.
답답한 마음에 남편의 짐부터 정리해보기로 하는데..
응??? 이 사진은 뭐징????

 

 

-가나자와 , 무로타  , 사치코

 

겐이치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고
초조해진 데이코는 직접 가나자와로 찾아가게 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츠모토세이초의 작품은 일본 각 지방의 향토적인 면을 잘 고증하네요..ex)모래그릇
가나자와

 

밤을 새워 도착한 가나자와 역에는
출장소 소장 아오키와 남편의 전근지 동료
혼다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그래도 불안한데 자꾸 쌔한 말만 골라날리는 아오키 할배

 

두 사람은 데이코에게 당일 아침
하쿠이 해변에서 30대 중반 남자로 보이는
시체 한 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남편의 시신이 맞는지 확인하러 간 데이코,
남편이 입고 떠난 갈색 양복 차림은 맞았으나
그녀는 남편의 시신이 아니라고 한다.
(맞는 것 같은데...ㅠㅠ)

 

 

이번에는 남편이 묵었던
하숙집에 가보겠다고 하지만
출장소 사람들은 그가 1년 반 전
이미 하숙집의 방을 뺐다고 한다(충격...)
도대체 그는 1년 반 동안
어디에서 생활했단 말인가

 

 

가나자와에는 한 겨울인데도 천둥번개가 친다.
이 것을 현지 사람들은 유키오코시카미나리
(雪起こしかみなり-눈을 부르는 천둥의 신)이라고
하는데 이 천둥번개가 친 다음날에는
반드시 폭설이 내린다고 한다.
그렇다, 데이코에게
남편 겐이치의 존재는
가나자와의 이런 알다가도 모를
기후와도 같았다.

 

 

마침 교토에 출장을 온 아주버님도
데이코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겐이치를
찾아보기로 하고 남편의 동료인 혼다는
데이코에게 주요 거래처 사장인 무로타를
만나보는 것을 제안한다.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인 무로타는
누구도 거래를 따내지 못했지만
남편인 겐이치만이 그것을 해냈다고 한다.
사장인 무로타뿐만 아니라 사장의 부인인
사치코여사까지도
겐이치를 깊이 신뢰했다고 하니
더더욱 만나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

 

 

무로타 주식회사 본사 앞에는
일본 최초 여성 시장 후보를 내세운
선거 운동이 한창이었다.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후원자는
무로타의 사장의 부인인 사치코였다.

재력과 미모, 카리스마로 선거인단을 이끌어가는 사치코

 

무로타 사장을 만나러 로비에 들어선 데이코는
리셉션 담당 여직원에게 이상함을 느낀다.
사무직 여성 치고는 손이 거친 데다
외모는 곱상한데 영어는 미군을 상대하던
여성들이 사용하던
억양(슬랭)이었기 때문이다.
5분도 되지 않는 대면이었지만
그녀의 과거가
순탄치 않았으리라 짐작한 데이코.

 

 

듣던 대로 무로타 사장은
매우 거칠고 독한 사람이었다.
데이코에게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는 그는 사실
아내인 사치코와 겐이치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사치코를 만나러 간 데이코는
사치코와 함께 그들이 사는 저택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들이 살고 있던 저택은 겐이치의
짐 속에서 나왔던 던 사진 속의 저택이었다.
사치코의 말에 따르면 무로타의 저택에서
송별회 후 누구도 겐이치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는 것.
그가 마지막으로 불렀던 노래는
데이코의 애창곡 이었던 온리유였다고 한다. 

 

 

남편의 존재가 점점 아리송하게 느껴지던 그때
교토 출장을 마친 아주버님이 가나자와로 온다.
아주버님으로부터 남편이 젊은 시절
1년 정도 순사를 했었다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데이코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 날 아주버님은 쓰루기의
어느 선술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팡팡걸(미군을 상대로 한 매춘부)
차림을 한 여성이 방에서 나와
지나갔다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었다. 

 

존무....

 

경찰은 아주버님이 가나자와에 도착한 것이
이틀 전이라고 하는데
데이코에게 찾아오기 전
하루 동안 그가 무엇을 했는지가
미스터리였던 것이다. 

 

- 손이 거친 여자, 다누마 히사코

 

 

 

아주버님의 장례식 때문에
도쿄에 다녀와야 했던 데이코는
자꾸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 기분이 든다.
열차 안에서 짐을 챙기는 사람들의
손을 보자마자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데이코!
데이코를 대신하여 혼다가
리셉션 직원에 대해 알아봐 주기로 한다. 

 

 

리셉션 직원의 이름은 다누마 히사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 남편이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건으로
이를 가엾이 여긴 무로타 사장이
고용해주었고 사실은 무로타 사장과
내연의 관계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히사코의 뒤를 열심히 캐준 혼다 역시
며칠 뒤 히사코의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고


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집주인인
다누마 히사코로 좁혀져 간다.

 

가나자와로 내려간 데이코는
담당 형사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자살한 다누마히사코의 남편이
실은 내연관계였고
그 달 8일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것.


이제 데이코는 다누마히사코를 캐기 시작하는데..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나머지 사진 한 장 속 그 집은
다누마 히사코의 집이었던 것
바람이 불어와 가져다 준 그것
메이지 캬라멜

 

 

데이코는 이 모든 것이
버림받기 싫었던 다누마히사코의
범행일 것이라 의심하였으나
히사코에게 남긴
남편의 필체가 분명한
유서를 본 뒤로는
의심을 거둔다.

 

 

한편으론 자신에겐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남편에 대한 원망마저 들지만
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도쿄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런 데이코에게 뒷일은 경찰에게 맡기고
맘 편히 살라며 위로하는 사치코,
그녀의 행동에 어딘가
성급함과 쌔함을 느끼는데...
(형사는 당신이 해야 했다..)

 

남편의 옛 동료 (남편보다 너무 늙었다..경찰이 힘든일이지..)

 

도쿄에서 경찰로 근무하는
겐이치의 옛 동료를 찾아가
순사 시절의 겐이치에 대해 묻는 데이코.
자신이 찾아오기 이전
이미 무로타 사장이 찾아와 자신과 똑같이
다누마 히사코에 대해 물었다는 것을 알게 된
데이코는 겐이치의 옛 동료가 알려준
팡팡걸들의 숙소에도 찾아가 본다.

 

팡팡걸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사진

 

역시나 이 곳에도 무로타 사장이
먼저 찾아왔었고 데이코는 이 곳에서
뜻밖에 사치코의 과거까지 봐버린다.



 

 

 

-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여기서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 마리와 에미 그리고 마스사부로

 

 

과거 마리라는 이름의 팡팡걸이었던 사치코

 

마리(사치코)와 에미(히사코) 그리고
마스사부로(겐이치) ,
세 사람의 비극은 일본이
종전선언을 한 이후부터 시작된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동생을 책임져야 했던 사치코


전쟁으로 모든 것이 제로가 되어
부모도 형제도 잃은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야 했다.
젊은 남성들은 미군의 개가 되어야만 했고
여성들은 몸이라도 팔아야
하루하루 먹고 살아갈 수 있었다.

단속을 피해 학교로 숨어든 마리와 에미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생각에 잠긴 겐이치
결국 두사람을 도망가게 해준다


팡팡걸들에 대한 단속이 엄격하던 시절
순사와 팡팡걸로 잠시 스친 그들.


그리고 수년 후,
가나자와를 주름잡는 사업가의
아내가 된 사치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였으나
하필이면 광고회사 직원이 된
마스사부로(겐이치)를 마주치고야 만다.
마스사부로는 사치코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도쿄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그 여자라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가나자와 현지에 있는
애인(히사코)에게 죄책감이 드니
히사코에게 일자리를 주선해주면
사모님(사치코)의 과거는
평생 입 다물고 살겠다는
부탁 반 협박 반의 거래 제안이었던 것이다.


겐이치는 몰랐다,
아니 좀 어리석었다고나 할까.
인텔리였다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몸까지 팔아야 했던 여자가
한 기업체의 안주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을까
얼마나 독한 여자일까
그 정도 계산은 하고 덤볐어야 했다.


사치코, 그녀는 자신이 마리였던 과거를
아는 사람은 단 한사람이라도 용납치 않았다.
그것이 하나뿐인 친구라도 말이다.

증거 인멸을 하려고 차 안의 짐을 빼려다 히사코 가방속의 산모수첩을 보고 기겁하는 사치코
점점 자신을 경멸하여 정신이 돌아버리는데..
의외로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안는 남편


팡팡걸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고는
친구였던 에미(히사코)마저 죽음으로 내몬
사치코는 자신을 망가뜨리며 절규한다.


드디어 가나자와 시장 선거 당일이 되었다.
이 날 지명 수배 중이었던 다누마히사코가
해안가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다급하게 가나자와로 향하던 데이코도
택시 안에서 이 소식을 듣는다.


모두가 염원하던 여성후보의
당선이 확정되고 타누마 주식회사에는
경찰이 들이닥친다.
뜻밖에 경찰이 소환해간 것은
타누마 사장이었다.
아내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자신이 죄를 다 뒤집어쓰기로 한 것이다
(말도 안돼)

그는 경찰의 권총을 빼앗아
자살까지 해버리니정말 끔찍한 사랑 아닌가.


만신창이가 된 몰골을
화장과 선글라스로 감추고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사치코,
한 번도 사람들 앞에 나선 적이 없었으나
자신이 염원하던 일이 이루어진 이상
축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을 위해 달려온 그녀였다,
심지어 남편까지 골로가게 했다. )


청중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할 만큼
그녀의 축사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게 갈채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무리될 찰나
저 끝에서 분노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데이코는 그녀를 향해 외친다.

마리!

설마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
일점 혈육인 남동생 말고
또 남아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순간 사치코의 눈빛과 몸은 흔들리며
그녀는 기절해버린다.


드디어 마주친 사치코와 데이코,
사치코를 보자마자 귓방맹이를 날리는데...

뻔뻔하게도 사치코는 겐이치의 말을 전한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그러니까 뭐야..
니가 듣고 싶은 말 들려줬으니
이제 내 과거 좀 그만 캐고
도쿄로 돌아가줘 이건가 (허탈)


결국 최후의 승자는 사치코 여사이며
그녀는 남편이 남긴 어마어마한 유산과 함께
타누마 주식회사를 이끌며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애잔






올해 아주 재밌게 보았던
사극 연희공략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은 성공하고 나서
과거 힘든 시절에 만났던 사람을 마주치면
불편해지는 법이라고,
처음 그 장면을 보았을땐
왠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오늘 제로페이스를 본 뒤로
완벽하게 이해했다.

마츠모토세이초 작가님은 100여년전에
태어나 80년을 넘게 살다 가신 분이고
상당히 많은 양의 소설을 쓰셨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아우르는 천재는
존재한다고 하지만 이 분의 소설을 읽을때면
정말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작품마다
내용과 배경이 독특하고 기발하다.
아마도 그시절 추리소설가를 지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속으로
빠뜨리지 않으셨을까 싶은 상상도 해보았다.
이 글을 완료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이렇게 한편의 글을 쓰기까지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작품이 아니고서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
그만큼 마츠모토세이초의 작품은
한 편 한편이 명작이다,
시대적 배경을 영상화하는 것 하나만 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영상화 되는 것이 있다면
무조건 보아야 한다.
장면 하나하나가 명장면인데다가
배경 음악도 그렇게 서정적일 수가 없다.
글을 쓰다보니 세이초 찬양을 하게 되었는데
어쩔수가 없다, 추리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이니 티가 날 수 밖에..
나는 또 찾으러 가야겠다.
그의 작품이 영상화 된 것이 어디 없는지..